2014년 수상작 140여점 전시
과거와 달리 상황 긴박함보다
미적 가치·휴머니티 기준 평가
흔히 보도사진이라면 로버트 카파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떠올리며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역사의 현장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보도사진에서도 미적인 가치가 더 중요해진 지 오래되었다.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보도사진가들의 현장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전쟁의 시대엔 전쟁터로 달려갈 용기와 총을 맞지 않을 행운이 있으면 훌륭한 사진가였다. 소총으로 싸우는 전쟁이 끝나버리자 사진가들은 전쟁 만큼 잔혹한 장면을 찾기 위해 에이즈 환자, 정신적 장애가 있는 인물 등을 찍기 시작했다. 이번 수상작들도 사진만 봐서는 왜 상을 받았는지, 상은 고사하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는 사진들이 많다. 미쉘 맥날리 심사위원장은 ‘존과 알렉스’에 대한 심사평 첫 마디에서 “지금 이 시대는 이미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아주 중요한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상황 그 자체의 긴박함에 강조점을 두던 과거와 달라진 기준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다른 수상작에서도 같은 변화를 읽을 수 있다.‘동시대 이슈’부문에서 2등상을 받은‘크리스마스 공장’을 보면 중국 이우시의 한 공장에서 산타모자를 쓴 젊은이가 온통 붉은 빛 속에 서있다. 농민공 출신의 젊은이는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만든다. 붉은 빛은 장식물에 코팅할 폴리스티렌 수지 때문이다. 산타 모자를 쓴 이유는 폴리스티렌을 피하기 위함인데 막상 이 남자는 크리스마스가 뭔지 잘 모르고 있다. 전세계 크리스마스 장식물의 60% 이상을 만드는 이우시엔 이런 공장이 600여개 있다. 언뜻 보면 뭔지 모를 사진이지만 역설적으로 강렬하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